과거에 나를 여러가지로 괴롭혔던 교수의 모습을 앞으로 오게 될 분에게서 봤다.
그 때는 출퇴근도 말이 자유였지, 늦게 가니까 늦게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야 그렇겠지. 10시 반에 나가서 다음 날 12시 반이나 새벽 1시에 들어오는데.
그러고 9시에 일어나면 체력적으로 문제가 생겨서 진작 쓰러졌지.
그것도 내 일 다 끝내서 정리하고 있는데 염병할 교수가 놀고 있는 줄 알고 일거리 안겨줘서.
그래놓고 자기도 12시 반까지 있고 그랬다.
어쩌다 일찍 퇴근하는 날이면 왜 가냐며 붙잡고.
생리대도 제때 못 살 정도로 늦는 날의 연속이었다.
결국 나를 죽일 뻔 했던 놈이 자기가 사랑해 마지 않는 후배라고 감싸던 그 쓰레기같은 교수.
그리고 서울 디스하면서 이적지 서울에 남아 있는 후배놈.
그리고 그 교수의 광신도들.
그래도 회사는 일한 만큼 주니까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글쎄다.
야근을 쌔빠지게 해도 돌아오는 건 책잡힐 거리 뿐이다.
여기 처음 와서 가졌던 초심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조차 사라진 지 오래다.
아홉시 반 출근에 여섯시~여섯시 반 퇴근이지만 칼퇴근 해본 적이 손에 꼽는다.
항상 나는 일찍 가야 일곱시 반, 늦으면 아홉시가 넘어서 퇴근한 적도 있다.
거의 10~12시간을 일하는 셈.
제품이 나갈 때는 12시간이 넘게 있었다.
그럼 수고했다고 좀 일찍 가라고 할 줄 알았는데.
안그래도 힘들어 죽겠는 거 억지로 먹고 살려고 왔더니 보고서 내놓고 가래서 또 야근했다.
그리고 안그래도 힘들고 피곤해 죽겠는데 그 다음날 책잡혔다.
심지어 잠깐 기다리다가 깜빡 졸았는데 같이 일하는 분이 오셔서 깼다.
언제 잠들었는지도 몰랐는데.
여기도 나를 도구로 보는구나 싶었다.
죽겠다.
나를 잃어버렸다.
아니, 괜찮을 리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날 죽음으로 몰아버린 사람의 모습을 당신에게서 봤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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