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도 인생 조진거라면 조진거긴 하지만…
고3때는 진짜 학교에서 문제집 풀고 파이널 풀고 집에서는 게임했습니다. 그런데도 대학간 건 사실 전문계전형으로 가서 그런 것도 있고… 특성화고에 진학한 게 나름의 빅픽쳐였던 셈이죠. 일반 인문계에 가서 지금처럼 성적 유지할 자신이 없었거든요.
어쨌든… 지금 4일 남았는데 초조하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하고 혹시나 실수하면 어쩌나, 불안했습니다. 아마 그런 사람도, 안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서연고 가도 뭐 없어요. 3, 4학년 되면 지금처럼 똑같이 고민해요. 그나마 하고 싶은 게 있는 사람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것을 위해 달려나가기라도 하지만,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 확실히 모르는 사람도 많아요.
목표가 있고 달려가고 있다면 넘어져도 상관 없습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마시고 자신의 길을 갔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원하는 대로 성젹이 안 나오기도 할 거예요. 저도 9월 모평에서 3등급 뽑다가 물수능이라 망했습니다. 성적표 받자마자…아니 가채점 하면서부터 멘붕했죠. 아, 이래서 인서울은 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갔습니다. 그리고 졸업까지 마쳤습니다. 근데도 백수로 놀고 앉아있어요.
물론 저는 연구원이 되는 게 꿈입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대학원을 잘못 간 게 문제죠. 판단 미스, 그러니까 제가 제 발을 걸어 넘어뜨린거네요. 그래서 안 그래도 좁은 취업 시장, 제 입지는 바늘 끝보다도 좁습니다.
이처럼 대학 간다고 일 잘 풀리는 거 아니예요. 대학가면 생긴다고요? 님이 생길 사람이면 생겨요. 아니면 솔로예요. 졸업하면 취업 다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뇨, 안돼요. 취업 시장이 너무너무 좁아요. 대학 가면 A+은 쉽게 받을 거 같나요? 낭만적인 캠퍼스에서 CC도 해 보면서 캠퍼스 라이프를 누리고 싶나요? 그런거 하나도 없습니다. 개강 종강 휴강 재수강, 괜히 있는 말이 아니죠. 특히 재수강은요… 그리고 CC는 하지 마세요. 사귈 때는 괜찮지만 헤어지고 나면 후폭풍 장난 아닙니다.
앞으로도 난관은 많을거예요. 수능은 그 중에서도 가장 약한 난관입니다. 그러니까 성적이 안 나왔다고 비관하지도 말고, 잘못된 선택을 하지도 마세요. 수능을 망쳤다고 데드엔딩이 아니예요. 잘못된 시나리오나 버그같은 것도 아니고, 그저 이벤트가 발생한 것 뿐입니다.
끝으로… 제가 고3이었을 때 어머니는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장이 꼬여서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하셨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자식 교육은 게임 도전과제 같은 게 아니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성적이 어떻게 나오든, 그저 다독여주세요. 그것만으로도 위안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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