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이건 진짜 진지하게 말하는건데 휘둘리고 뭐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내 존속이 달린 문제임. 지금 거의 폭주 일보 직전인데 억누르고 있는 거니까.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가 두번째… 아니, 세번째. 전전회사, 전회사 둘 다 참 힘들었는데 요즘 드는 생각은 어째 회사 다닐 때마다 최악의 기록이 갱신되는 기분이다. 요즘은 한숨을 달고 산다. 딱히 피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담배를 왜 피는 지, 알 것 같은 느낌이다.

내 본업은 연구원이다. 원래 TO는 그냥 핵산 추출로 났었고 부장님은 면접볼 때 내가 하게 될 일에 대해 얘기했다고 하셨는데 첫 출근하고 설명 들었고, 그 때도 바로 개발하면 될 줄 알았지 지금처럼 아예 쌩으로 처음부터 하게 된다는 얘기는 못 들었던 것 같은데. 그리고 면접 볼 때는 팩트로 뚜까패기만 하셨다. 영어 안 하냐고. 글쎄요, 지금 하는 거 보면 영어가 필요한가? 영어보다는 법전부터 읽어야 할 것 같은데요? 내가 생각했던, 그리고 일반적으로 하는 일과 현재 내가 진행하는 일간의 괴리가 너무 크다. 내가 어디까지 해야 하는 거고 하지 않아도 될 일이 무엇인가, 그 경계 자체가 명확하지 않다.

내 편이라고 할 건, 집에 있는 거대인형 삼대장이 전부. 주변에, 인접한 곳에는 내 편이 없다. 힘들어도 털어놓을 곳도 없다. 현실적이지 못 한 충고가 온다. 그러면 또 자책할 수 밖에 없다. 얘기를 나눌 만한 사람들은 물리적인 거리가 매우 멀어서 카톡 아니면 연락도 불가능한데, 문제는 그걸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폭주 일보 직전이라는 것이다. 이러다간 정말 죽을 것 같아.

마음에 병이 있다. 아직까지 낫지 않고 6년째 나를 괴롭히는 것. 사람들과 달리 나는 그것까지 떠안은 어둠 덩어리다. 겨울은 반드시 봄이 된다고 하지만 내 인생은 쭉 영구동토였다. 아주 추운 혹한의 겨울, 툰드라에서 다시 혹한으로. 그리고 다시 툰드라로. 내 인생에 봄은 없어. 그렇게 거진 반평생을 살았고, 그 어둠은 그렇게 반평생을 따라다녔다. 그리고 반평생의 반을, 나는 병원을 다니고 있다. 자기 자신을 죽일뻔한 적도 있고, 친구한테 그래서 쳐맞은 적도 있다. 실제로 죽이지 않았으니 여기에 글을 쓰고 있는 거겠지.

물론, 회사원일 때 좋은 점도 있다. 월급이 들어오고, 보다 풍족하게 살 수 있다. 잠과 멘탈을 대가로 얻는 것이다. 자기계발? 놀 때도 안 하던 거, 직장생활 하면서 할 리가. 그리고 부서가 달라 만나기 힘들지만 그 분도 같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그런데, 그것조차 글쎄, 라고 할 정도로 힘들다. 요즘 숨쉬기가 너무 힘들다. 회사 밖에서는 정상인이지만, 회사만 가면 스트레스 때문에 건망증이 심해져서 메모지가 없으면 안 될 정도이다. 내가 부서졌다, 내가 느끼고 있다. 산산이 부서졌다. 이미 가루가 돼 버린 멘탈은 어떻게 다시 붙여 볼 새도 없이 부서졌다.

월급, 핸드폰 요금이며 이것저것 사려면 필요하다. 나이, 이제 스물 아홉. 여기를 떠난 뒤 빠른 시일 내에 새 일자리를 구한다는 보장은 없다. 메일로도 끊임없이 공고가 오고, 전에 전화했을 때는 공공기관에서 이 쪽으로 올 생각 없느냐고도 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기에 들어가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 분, 같은 회사에 있긴 하지만 다른 부서라 만날 수가 없다. 어차피 만난다고 해도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서 도망치기 때문에 싫어한다고 오해받고 있을지도.

그만둔다고 해서 회사가 안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 책상 옆의 서류뭉치들을 보면, 내가 없으면 나에게 일을 시키는 사람이 큰 지장을 받을 것임은 당연한 것. 호기롭게 말은 했겠지만, 글쎄.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