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잡설

전에 그만두면서 두 분한테 메일을 보냈음.
사실 뭐 이제 작정하고 만나지 않으면 못 보니까 마지막 인사 할 겸 보냈고…
사실 이번주에 나갔으면 할로윈 겸 간식 돌리면서 손편지로 쓰려던거였고… 아니 고문서를 그렇게…

그래서 사실 답장은 기대 안 했는데 뮤츠씨가 고민까지 해가면서 장문의 답장을 보내셨고요.
그렇게까지 해가면서 답장 안하셔도 되는데 굳이 답장을 왜 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저쪽도 이제 안 볼거니까 마지막 인사차 장문의 답장을 보냈겠지…

당신은 리만 가설 같은 분이다, 라고 했던 거 기억하시겠죠.

리만 제타 함수=0을 만족하는 자명하지 않은 근의 실수부는 1/2이다.

이게 리만 가설입니다. 재밌지 않습니까? 이 한 문장을 증명하기 위해 사람들이 지금까지도 연구하고 있어요.
당신은 제게 있어서 딱, 그런 분이었습니다. 난제같은 분.

하지만 누군가 당신에 대해 안좋게 얘기했더라면 오히려 제가 반박했을겁니다.
팩트로 때리고 말로 찌르긴 해도, 뒤에서 가끔 챙겨주시고 도와주신다고, 알고 보면 좋은 분이라고.
근데 딜은 좀 묵직하셨…… 뮤츠가 그런거 쓰면 라이츄는 원턴킬 납니다…
예전에 컴퓨터 설치할 때 도와주셨던 것도, 자리 옮길 때 안 계실것 같은데 어떻게 하느냐고 했던 것도 기억하고 있으니까요.
제가 매운것을 못 먹는다는 걸 기억하고, 안 매운 걸로 부탁드린다고 했던 것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예측 범위를 벗어났기 때문에 저를 놀라게 했던 분인 것 같습니다.
저는 어지간하면 놀라지 않습니다. 모든 일은 예측 범위 내에서 일어나니까요.
하지만 당신은 종종 그 범위를 벗어났어요. 그래서 오히려 재밌었습니다.

당신의 흔적에는, 당신의 목소리와 같은 색이 남아있어서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남들은 볼 수 없는 것을 본다는 건, 그런 것이죠.
오히려 당신이 거기에 대해 흥미로운 반응이었던 것도 의외였습니다만.

저는 당신을, 당신은 저를 이해하지 못 합니다. 성향이 정 반대이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그 근원에 분명 닮은 부분이 있습니다. 갈라진 방식이 반대일 뿐이죠.
어둠을 끌어안은 그대는 빛을 잃었고, 저는 검은 빛이 되었습니다.

그대에게 빛을 나눠줄 이가 나타나기를 바랍니다.
그대는 충분히 빛날 수 있는 사람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