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센터 알바 후기

이 일을 하기 전에… 진지하게 내가 이 조건에 충족되는지 확인해보자.

나는 3대 500 칠 수 있다

뭐 충족 안 해도 할 수는 있는데, 한동안 좀 아플거다.


  1. 통근버스가 있어서 정해진 시간에 거기 가서 대기타고 있다가 그거 타고 가면 땡임. 근데 중간에 휴게소를 안 들르고 정류장에 정차만 했다가 바로 센터로 가기때문에 먼 데 당첨되면 최대한 오줌보를 비우고 타는 게 좋음. 이건 퇴근할때도 마찬가지임.
  2. 출근체크를 앱으로 하는데 거기서 월급 받을 통장 정보도 다 등록함.
  3. 인터넷이 안터지기때문에 핸드폰이 의미가 없고, 일할 때 가져가지도 못함. 그래서 지금이 몇 시인지도 모름. 점심먹고 유튜브 봐야지~ 점심먹고 부스트코스 봐야지~ 다 부질없음. 어차피 안터짐.
  4. 안전화를 주긴 주는데 건조기 열어보니까 왼쪽만 한 짝씩 두 개 있는거 있더라… 그리고 1인 1안전화가 아니라 공용임.
  5. 사물함은 있는데 자물쇠가 셀프임. 안그러면 누가 물건 쌔벼갈 수도 있음.
  6. 보통은 라인이 두개인데 나는 세개짜리 배정받았음. 여기가 근데 각 잡고 한 개만 할 수가 없는게 하나 하다보면 다른데가 꽉 차서 거기를 해결해야 함. 교통체증 생기면 컨베이어벨트때문에 박스가 낑김.
  7. 생각보다 무거운 짐이 많음. 쌀(10kg~), 세제(액체세제류), 섬유유연제, 강아지/고양이 사료(그래도 좀 가벼운 축), 음료(벌크), 가구(이거는 상품에 따라 좀 가벼운 것도 있음), 고양이 모래(무거움), 배변패드(정말 생각보다 무거움)… 유독 내 라인에만 무거운 짐이 많이 오는것도 있는데 안정적으로 얼추 쌓은다음 보내려고 해도 계속 무거운 짐만 와서 일단 안정적으로 쌓는 게 안되고 가슴 위로 들어올리는 게 불가능함. 이래서 가급적 3대 500 치는 사람이 가는 게 좋음.
  8. 구내식당이 한식/라면/스낵바 이렇게 있는데 일단 밥이 핵노맛이었음. 고등어 튀김인데 카레를 묻힌 것 같은데 카레 향만 나고, 크기도 작고, 심지어 대가리가 붙어있었음. 집에서 튀긴거는 대가리도 없고 몸통/꼬리가 분리되어 있어서 차라리 라면 끓일 걸 그랬나… 했음. 근데 라면도 신라면…
  9. 자판기가 있음. 과자는 모르겠고 일단 음료는 쌈. 포카리 한캔에 300원.
  10. 드나들 때 금속탐지기를 통과해야 하는데… 나올 때 벨트도 풀어서 바구니에 넣어야 함. 안그러면 탐지기가 울려서 붙잡힘.
  11. 작업할 때 목장갑을 줌. 물론 이걸 껴야 일하기가 수월함.
  12. 일하다보면 옷이 자연스럽게 더러워지기때문에 흰 옷은 비추.
  13. 샌들/크록스 등 맨발로도 신을 수 있는 신발이 금지인데 그럴수밖에 없음. 일하기 전에 안전화를 신어야 하거든. 맨발에 운동화 신으면 발냄새 장난없음.
  14. 9-6인데 오전에는 바로 업무를 하는 게 아니라 안전교육을 받고 일을 한다. (1시간 좀 넘게 걸림)
  15. 오후 업무를 하다가 4시부터 15분 휴식하고 업무 재개. 점심시간/휴식시간에는 업무 중단하고 밥먹거나 쉬어야 한다. 퇴근은 시간 다 되면 그냥 퇴근하면 된다.
  16. 현재 팔(상완/하완), 어깨, 다리(무릎 아래), 엉덩이(…), 허리가 매우 쑤셔서 뭘 할 수가 없음. 줄넘기는 어찌어찌 하긴 했는데, 이게 못 움직이거나 그런건 아닌데 움직이면 아프다. 앉고 걷고 서고 하는 모든 과정에서 통증이 동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