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가지 이야기

1.

최근 면접을 봤다.

여기서 취업했습니다가 됐다면 좋았겠지만 안됐다. 근데 안돼서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거리도 가깝고, 복장도 자유에, 칼퇴근 보장. 여기까지는 좋았다. 다 좋았는데, 음악 들으면서 일을 못 한다. 업무에 지장이 안 가게 하는데도 그렇다. 그런 데가 생각보다 많은데도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다른 부분에 있다.

먼저 면접을 보면서 내가 이야기를 꺼냈다. 조용하면 오히려 집중이 안 돼서 음악을 들으면서 일 하는 편인데, 혹시 음악을 듣고 일해도 괜찮은지. 물론 누가 부르는 건 들을 수 있을 정도고(평소에는 한쪽만 낀다), 전화 벨소리도 당연히 들린다. 면접관은 본인은 괜찮은데, 다른 사람들은 반대할거라고 했다.

그 뒤로 이것저것 질문을 할때마다, 중간중간 그 부분에 대해 계속 질문을 하는 거다. 사무실에서 클래식이든 뭐든 음악을 틀어주면 괜찮은지, 꼭 들으면서 해야 하는지. 한번정도는 아닙니다라고 해주길 바라는건지, 계속 꼭 들어야 하는지, 안 들으면 안되는지 거의 질문 하나당 한번꼴로 물었다.

난 너무 조용하면 집중이 안 돼서 공부도 도서관보다는 카페가 편하다. 그래서 도서관 갈 바에는 스터디카페 간다. 무음을 병적으로 싫어하기때문에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곳에 있으면 불안해진다. 그런데 여기는 그걸 거의 한 질문 걸러 하나씩 꼭 들어야하냐, 안 들으면 안되냐는 식으로 물어볼 정도면 말 다 했지.

어떤 느낌이냐면 결혼을 앞둔 연인이 의견차이가 생겼는데, 그 의견차이가 절대 좁힐 수 없는 가치관에서 생긴 것이라고 보면 된다. 한쪽은 애를 많이 낳고 싶은데 한쪽은 애를 낳을 생각이 없는(딩크로 살고 싶은), 그래서 한쪽이 다른 한쪽에게 꼭 아이를 낳아야겠니, 안 낳으면 안되겠니? 라고 계속 묻는 느낌.

2.

나는 체크카드가 두 개다. 하나은행이랑 국민은행.

몇달 전에 하나은행은 ‘곧 만기인데 이대로 허쉴?’하고 메일이 왔고, 그대로 했다. 내가 백수여서 집에서 내 카드 바로 수령하고 바로 썼다. 중간에 잃어버릴 뻔 한 적도 있었지만 정말 다행히도 무사히 돌아왔다. 아무튼… 그런데 국민은행 체크카드도 내년 5월이 만기다.

사실 기간은 10달정도 남았지만, 회사 다니면서 은행에 간다는 건 상당히 힘든 일이다. 점심시간에 짬내서 갔다 와도 1분이라도 늦으면 그걸로 꼽주는 사람이 꼭 있거든.

그래서 며칠 전에 은행에 갔다. 창구 직원이 아직 기간이 꽤 남았다고 하길래 그건 아는데 직장 다니면서 은행 가기 힘드니까 그냥 노는 김에 새로 하려고요, 라고 했다. 분명히 말했어요. 새로 하려고 했다고.

그런데 오늘 카드를 받아보니 유효기간이 그대로 내년 5월인거다. 그리고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물었더니 ‘기간 얼마 안 남았잖아요? 그래서 똑같음.’이라고 하는 게 아닌가.

사실 굳이 기한에 따른 재발급이 아니더라도, 카드를 다시 받게 되면 유효기간이 그만큼 늘어나는게 정상이다. 그리고 나는 분명 창구에 가서 ‘새로 하려고 한다’고 말까지 했다. 대체 내 얘기가 어디서 와전돼서 유효기간은 그대로 두고 카드를 재발급만 하는 게 된 거지?

고객센터에서는 6개월 미만으로 남으면 다시 연락 달라는데, 만약 체크카드건 신용카드건 유효기간이 6개월이 넘는다면 유효기간이 안 늘어나게 정책이 바뀌었다면 창구에서 미리 안내를 해 주는 게 맞다. 고객님, 이 카드는 만료까지 6개월 이상 남아서 재발급 하셔도 유효기간 갱신은 안됩니다. 아니면 정석대로 ‘새로’ 하려고 하는거니까 유효기간이 늘어난 체크카드를 주는 게 맞다.

토스뱅크! 내 자리 하나 만들어놔라! 포켓몬하고 콜라보해서 포켓몬 카드 내놓으면 더 좋고.